경주시의회, 실종된 의원들의 품위


품위라고는 없는 경주시의회… 윤리 멈춘 의회, ‘공감 클릭정치'


윤리위 회부 거부·자체 ‘문제없음’ 결론… 의회 기능 포기 비판



윤리가 작동하지 않는 의회는 자정 능력을 상실한 조직에 불과하다.


최근 경주시의회를 둘러싼 일련의 사안은 이 문장이 더 이상 추상적인 경고가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종문 경주시의원의 언론 비방성 게시글이 있다.


정 의원은 특정 언론 보도를 두고 “받아쓴 조잡하고 수준 미달의 기사”라는 표현을 공개적으로 사용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 감정의 표출을 넘어, 현직 시의원이 공개 공간에서 언론을 직접 겨냥해 사용한 표현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심각한 대목은 이 게시글에 대해 정종문 의원 본인뿐 아니라 이동협 경주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최재필·박광호·주동열 시의원들이 ‘좋아요’와 ‘최고’ 이모티콘으로 공감을 표시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개인적 반응의 차원을 넘어, 공적 책임을 지닌 시의원들이 특정 언론을 향한 비방성 표현에 동조한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특히 의장을 포함한 다수의 의원들이 공개 게시물에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회의 중립성과 품위, 언론 자유에 대한 존중 의식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주시의원은 개인이기 이전에 시민을 대표하는 공인이다.


그 행위 하나하나는 개인 의견이 아니라, 의회의 공식적 태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비판과 견제는 제도와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지, SNS상의 ‘공감 클릭’으로 표현될 사안은 아니다.


이번 행위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닌 이유다.


페이스북은 게시물에 댓글을 달거나 공감을 누를 경우 개인 계정과 연동돼 다른 이용자들의 타임라인에 노출되는 구조다.


정 의원의 발언은 이미 공개성을 띠고 있었고, 여기에 의장과 동료 시의원들이 공감 반응으로 힘을 실어준 모습은 파장을 키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경주시의회에서 잇따라 불거진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의 언행 논란과도 맞물린다.


앞서 오상도 의원이 시민을 향해 “야”라고 고성을 지르는 장면, 최재필 의원이 “돌아이네, 돌아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며 논란이 됐고, 이 역시 윤리특별위원회에 접수된 바 있다.


윤리 사안이 연이어 제기되는 가운데, 윤리특별위원회가 동료 시의원들로 구성돼 있다는 구조적 한계 또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과연 엄정하고 즉각적인 검증이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이다. 더욱이 언론을 비하한 게시글에 ‘최고’라는 공감 반응을 남긴 의장이 윤리위원회 운영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은, 윤리 검증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윤리위 회부 거부… ‘문제없다’는 자체 결론


이와 관련해 경주시의회는 윤리특별위원회 회부 자체를 거부하고, 문제 된 의원의 행동에 대해 의회 차원에서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외부의 검증이나 윤리특위 차원의 심의 절차 없이, 의회가 스스로 판단하고 종결한 셈이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윤리 문제를 판단해야 할 의회가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구조를 택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리 논란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윤리위 회부조차 하지 않겠다는 결정은, 사실상 의회가 스스로의 윤리 기능과 자정 기능을 내려놓은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지방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단순한 형식적 기구가 아니라, 의원 스스로를 통제하고 시민 신뢰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그럼에도 경주시의회는 이번 사안에서 그 장치를 작동시키지 않았다.


‘문제없음’ 결론이 과연 공정하고 독립적인 판단에대해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경주시의회가 지금 맞닥뜨린 문제는 특정 의원 개인의 일탈에 그치지 않는다.


의회의 품위, 윤리 기준, 자기 통제 능력 전반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윤리 논란 앞에서 윤리위원회 회부를 거부하고 스스로 문제없다고 결론내린 순간, 경주시의회는 집행부를 견제하고 스스로를 통제해야 할 의회 본연의 기능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경주시의회가 반복되는 윤리 논란을 계기로 스스로의 기준과 기강을 바로 세울 수 있을지, 아니면 ‘의원 감싸기’와 ‘공감 정치’로 신뢰를 계속 소진할 것인지, 지금 경주시민들은 그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